2024/12 22

계방산의 올 겨울

오늘이 12월 28일이니 한해가 저물어 간다 늘 겨울에 찾는 계방산이라 올해도 다시 찾아왔다. 늘 하듯이 1000고지 운두령에 도착하여 전망대를 오르니 엊그제 찾았던 소백산 보다는 바람도 훨씬 적어 상고대를 만끽하기에는 적당한 날이다 그래도 사진을 담는 손가락은 시리단다 ㅎㅎ1500 고지 위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피어 난 상고대가 12시가 되어가도 녹지를 않는 걸 보니 춥기는 추운가보다 하긴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라 했으니 ㅎㅎ조용한 설산 같지만 전국에서 찾아온 산객들이 많아서 사실 씨끄럽다 ㅎㅎ그래서 원하지 않는 인물 사진도 담아오게 되고 ㅎㅎ앞에 가는 저 여자분은 운두령부터 내 곁에 따라오던 분인데 언제 앞서 가신다 ㅎㅎ겨울에 니들을 보러 두시간 이상 달려 오지만 우리는 다섯시간 머물다 가는데 겨..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

삶의 기쁨을 느끼는 작은 지점들몇 해 전 겨울이었다.암 치료로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진 나는벨 소리를 듣고 겨우 소파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했다.물건 파는 사람이나 전도하려는 사람인가 싶었다.현관에는 친한 친구가 따뜻한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다.회사 일로 늘 시간에 쫓겨 바쁜 친구였다.그런 친구가 그저 나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귀한 휴가를 나에게 내어준 것이었다.우리는 일과 가족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몇 가지 요리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각자 회사 일에 대해서도 얘기했다.차를 마시며 함께 한 시간은 두 시간 남짓.무척 즐겁고 행복해서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 함께 있는 것 자체에 집중하며서로의 실을 뽑고 단단하게 묶었다.친구가 선사한 느린 시간은 우울했을 하..

크리스마스 휴전

크리스마스 휴전1914년 1차 세계 대전 중,벨기에 이프르 지역에서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이 참호를 파고대치하고 있었습니다.가장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마구잡이로 훼손되는 전쟁터에서연합군과 독일군이 할 수 있는 일은승리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일뿐이었습니다.바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전우의 시체도 수습하지 못하고그저 적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만 있는비극의 순간이었습니다.이런 전쟁터에도 차가운 겨울이 오고,눈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왔습니다.그런데 크리스마스이브 날,독일군 참호 위로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더니누군가 캐럴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고요한 밤. 거룩한 밤..."그리고 곧 캐럴을 따라 부르는목소리가 하나둘 늘어났습니다.급기야 연합군도 함께 노래를 부르기시작했습니다.결국, 이들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자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자19세 때 발표한 소설'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으로 유명한프랑스의 세계적인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이런 말을했다고 합니다."나는 죽어가는데 당신은눈 부신 햇살 아래를 걸어가는가?이 세상에 그냥 두고 가기에너무나 아쉬운 것들을 꼽아보면,거기에는 지금, 이 순간의 햇살도들어 있을 것입니다."또한,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남매의 애틋한 정서를 그린 동화 '오세암'으로 알려진아동문학가 정채봉 작가도 하루를 되돌아보면서일상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않은 일을 후회했습니다.꽃밭을 그냥 지나쳐 버린 일,새소리에 무심했으며,밤하늘의 별을 세지 못했고,좋은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았던 날들을그는 후회했다고 합니다.오늘 하루는 모든 것을이룰 ..

넘지 못할 산은 없다

넘지 못할 산은 없다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나 경차를 타고 가다가갑자기 나타난 높고, 굽은 길을 만나면덜컥,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그런데, 언덕에 가까이 다다르면막상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차가 언덕을쉽게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등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멀리서 산을 바라보면 너무 높아 보여서과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걱정이 앞설 때가 있습니다.하지만, 걱정과 달리 산을 오르다 보면점점 숨어있던 등산로가 나타나고,그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다다르게 됩니다.우리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멀리서 보면 굽은 길이요 도무지 길이 없어 보이지만,막상 그 자리에 가면 굽은 길도 펴지고 없던 길도드러나기 마련입니다.그래서 미리 염려하고 미리 걱정하고미리 포기하지 말고 인생이라는 경주를멈추지..

수탉을 그리다

수탉을 그리다일본 에도 시대 활동한 가쓰시카 호쿠사이는19세기 가장 뛰어난 우키요에(일본 풍속화) 미술가 중한 명으로 평가받습니다.어느 날 친구가 찾아왔습니다.친구는 다짜고짜 수탉 그림을 그려달라는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수탉을 그려본 적이 없는 호쿠사이는 친구에게일주일 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일주일 후 친구가 찾아왔습니다.그런데 호쿠사이는 친구에게 한 달 후다시 찾아와 달라고 했습니다.두 달, 6개월, 1년...그렇게 약속을 미루며 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그림을 부탁한 친구는 더는 참을 수가 없어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그 모습을 본 호쿠사이는 결심했다는 듯,종이를 가지고 오더니 순식간에 수탉을 그렸는데완성된 그림이 얼마나 생동감이 넘치던지마치 살아있는 수탉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그림을 본 친..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주부를 대상으로 한 어느 강의 시간,강사가 한 여성에게 칠판에 아주 절친한 사람20명의 이름을 적으라고 했고그녀는 가족, 이웃, 친구, 친척 등20명의 이름을 적었습니다.그리곤 강사는 이 중 덜 친한 사람의이름을 지우라고 했습니다.가장 먼저 그녀는 이웃의 이름을 지웠고강사는 다시 한 사람의 이름을지우라고 했습니다.그렇게 회사 동료, 친구, 이웃 등많은 사람의 이름이 지워졌고드디어 칠판에는 단 네 사람만 남았습니다.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아이.교수는 다시 한 명을 지우라고 했고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부모님의 이름을지웠습니다.마지막으로 남편과 아이 이름이 남았고또다시 한 명을 지워야 할 때,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 각오한 듯이아이의 이름을 지웠습니다.그리곤 펑펑 울기 시작했고 진정이 된 후강..

갈치와 밴댕이

갈치와 밴댕이갈치는 물속에 있을 때, 칼처럼 세로로 서서잠을 자거나 먹이를 잡습니다.생김새 때문에 도어(刀魚)라고도 불리는데,성격도 생긴 것만큼 날카롭고, 예민한생선입니다.갈치는 굶주리면 자기 꼬리를 물거나다른 갈치를 공격하곤 합니다.'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라는 속담이바로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또한, 물 밖으로 끌어올렸을 때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금방 죽어버리기까지 합니다.밴댕이 역시 갈치와 마찬가지로무척 예민한 생선입니다.옛 속담에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말이 있는데,이는 속이 좁고 옹졸한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실제로 밴댕이는 내장이 아주 작고,성격도 급한 생선입니다.밴댕이를 물 밖으로 끌어올리면,팔짝팔짝 마구 뛰어대다가스트레스를 못 이겨 제풀에 죽습니다.다른 생선보다 공기 중에 노출되는 ..

주차 공간

주차 공간저희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항상 부족해서늘 주차 자리 차지를 위한 전쟁으로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기적처럼 정말 딱 좋은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얼른 차를 대고는 혼자서 뿌듯해했죠.너무 좋아서 차를 계속 두고 싶을정도였습니다.그리고 이튿날 아침, 그 좋은 자리에주차된 차를 끌고 회사로 갔습니다.그리고 퇴근 후 돌아와 보니당연히 그 자리는 이미 다른 차가주차되어 있더군요.그 순간, 문득 깨달았습니다.선박도 가장 안전한 곳은 항구일 겁니다.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폭풍우와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며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존재합니다.마찬가지로, 우리 인생도 가장 편하고안전한 자리에만 항상 머물러 있으려 한다면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마..

깻잎 한 장

깻잎 한 장저는 유독 깻잎 반찬을 좋아하는데깻잎을 먹을 때마다 작은 난관에 부딪히곤 합니다.한 장씩 떼어내 먹고 싶은데 얇은 깻잎들이서로 붙어서 자꾸만 여러 장이 따라 올라옵니다.맛있는 반찬 앞에서조차 이런 번거로움은저를 좌절하게 만들곤 합니다.그러던 어느 저녁 식사할 때,깻잎을 떼려다 문득 아내를 바라봤습니다.저의 상황을 눈치챈 아내는 아무 말 없이깻잎을 젓가락으로 잡아 주었습니다.덕분에 저는 깔끔하게 한 장만떼어낼 수 있었죠.그 순간,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밀려왔습니다.단순한 행동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배려와 사랑이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게 되었죠.깻잎을 쉽게 먹도록 도와주는 그 모습이야말로가족이라는 이름의 본질이 아닐까요?깻잎 한 장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따스함을 발견하고,이후에 저는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