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나의 이야기

남을 배려하기에는 너무도 바쁜 세상

alps 2011. 1. 1. 06:26

                                                                                         - 베를린에서 -


얼마 전 독일 블란데브르그(Brandenburg) 방송은 고속도로가에서 한 테스트를 했다.

그것은 사고 난 차에 사람과 비슷한 인형을 피투성이가 된 채 달리는 차에서도 볼 수 있도록 고속도로 가에 세워 놓고는 사람들이 얼마나 형법과 교통법에 있는 ‘난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가’ 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가상의 사고를 설치하고는 관찰자들은 멀리에서 망원 카메라로 경찰과 함께 지나치는 자동차들을 지켜봤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운전사들이나 같이 타고 가는 사람들은 그 사고 난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친다. 그것도 한두 대가 아니라 수십 대 수백 대가 그냥 지나치는 것이다.

그 테스트 자리에는 얼마 전에 혼자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당한 한 아줌마가 같이 있었는데 거의 일주일간이나 아무도 그녀를 차안에서 꺼내 주지를 않자, 결국은 온갖 힘을 당해서 차에서 나와 엉금엉금 기어 나와 고속도로 가의 어느 나무 가에 곁에 서서 사람 살려 달라고 구조를 청했지만 일주일 내내 아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를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은 어느 트럭 운전사가 그녀를 구해 주었는데 그때 그녀는 거의 실신 상태여서 누가 자기를 구해 주는지 그 얼굴조차 알아 볼 수 없도록 지치고 의식을 잃어 가는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경찰이 그런 가상의 사고 장소에서 20 km가 지난 곳에서 그렇게 지나친 자동차들을 모두 세워 운전사들에게

“20 km 전방에 사고 난 자동차를 보았습니까?”

“예”

“그럼 거기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보았습니까?”

(그 가상의 사고 현장의 모습은 차로 달리면서도 잘 보게 설치되어있으므로 못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예”

라고 운전사들이나 동석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수긍했다. 그러자 경찰들이

“그렇다면 왜 당신들은 형법과 도로교통법에 있는 구조의무를 하지 않고 지나쳤습니까?”

라고 하자 모두들 자기들이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론 보았지만 우리 생각에는 이미 사고 처리가 된 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하거나

“그것은 경찰이나 긴급 구조반들이 하는 일로 알고 있습니다.”

라고 변명하자

“물론 당신들이 그들을 병원으로 싣고 가거나 치료할 의무는 없지만 적어도 고속도로 곳곳에 서 있는 전화로 경찰이나 구조대에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라고 다그치자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물론 그것은 실제의 사건이 아니라,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놓고 운전사들의 태도를 살핀 조사였었지만 난 마음이 왠지 무척 우울했었다.

현대인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남이 아니라 자신을 돌볼 시간이 적다. 그래서 종종 건강을 잃고 효도할 기회를 잃는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그냥 모른 체 하고 지나간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그런 일들은 마땅히 국가가 하는 과제로 미루면서 정치가들이나 게으른 경찰이나 나무라고 비평하고 있지는 않는가?

여기가 크리스천의 국가다.

때문에 우리는 더 마음이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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