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나의 이야기

산을 오르는 마음

alps 2010. 11. 13. 07:13

나는 등산을 좋아한다.

그것도 시끄럽게 오르는 것보다는 홀로 오르기를 더 좋아한다.

여럿이 오르면

조용히 산과 대화 할 시간을 잃어서 싫다.

그래서 천마산과 지리산을 제외하면 설악산, 백암산, 오대산, 계룡산, 한라산 그리고 알프스를 대체로 혼자 올랐다.

홀로 조용히 산을 오르다 보면

뒤로하고 온 세상을 잊을 만큼

산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고,

있는 모습 그대로 대한다.

오르는 사람이

한 가지의 나무를 꺾어 놓았으면

다시 꾸밈이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어느 누가 오르더라도 그저 묵묵히 받아주는 묵직함과

오르는 사람들의 온갖 푸념과 한숨을 말없이 다 받아 준다.

더 좋은 것은 산을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를 때의 힘들었던 것과 비례하여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다. 그래서 1000미터보다는 2000미터를 그리고 2000미터보다는 3-4000 미터의 알프스를 오르는 맛이 더 좋다. 하지만 그 이상의 더 높은 산은 싫다.

봄여름 없는 하얀 빙산은 산새도 싫어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높은 알프스보다는 2000미터 정도의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혹은 남독의 알프스가 가장 좋다.

그런데 나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삶도 그런 알프스 등산과도 같은 삶이었을 듯싶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껏 그 많은 등산을 하면서도 한번도 길을 잃고 헤매어 본 적이 없는데 나의 삶은 그렇지가 못했던 것 같다.

어쨌든 정상을 올라 본 사람은 어떻게 자기가 올라왔는지를 안다. 그리고 아무리 산이 좋아도 다시 내려가야 할 때가 온다. 그 아름다운 경치가 좋아서 두 주일이나 오르내리던 알프스도 아쉬움을 곳곳에 뿌려 두고 내려 왔듯이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것이 산이다.

오를 수만 없는 산처럼 이 세상에서 살 수만 없는 것이 곧 삶이다. 아쉽지만 이 세상의 크던 작던 자기가 속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언젠가 떠나야 할 때가 온다.

물론 나의 아내처럼 전혀 준비도 없이 갑자기 한 살짜리 핏덩이를 아이만큼 철모르는 남편에게 그것도 한국도 아닌 타국 땅에 남겨 두고 가야 하는 급한 떠남도 있다.

그런 아픔을 곁에서 보았기에 나는 오히려 떠날 준비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등산을 좋아했듯이 보잘것없고 험한 삶이지만 나는 나의 지나간 긴 삶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런 환경을 제공했던 나의 사회와 고국을 사랑한다.

그것은 어쩌면 산이 좋아 오르는 사람이 산의 이곳저곳에 흩어진 오물이 싫어서 줍듯이, 그리고 잘못된 이정표를 고치려 하듯이 이 작은 글들을 통해서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와 같은 길을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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