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나의 이야기

살만한 세상

alps 2010. 11. 17. 23:39

 

 

대통령,

그런 직업도 한번 해 볼만한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온갖 애를 쓴다.


그러나 평범한 말단 사원,

그것으로 가족의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면 그 직업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느 것이 더 좋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가정을 위한다면 대통령보다는 평범한 말단 사원이 더 나을는지도 모른다. 비록 말단 사원이 대통령보다야 수입이나 명예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는 가족을 위한 시간이 대통령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엔 참 좋은 아빠와 엄마가 너무도 많다.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라면 경제적 여건이 안 되어도 서울로 그리고 또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또 학원엘 보내고 과외를 시킨다. 아빠의 수입이 부족하면 엄마는 주택관리사도 텔레마케팅도 마다 않고 시작하며 24시간 병원에서 간병 일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48시간이라도 서슴지 않고 일을 하며 자녀를 위해 헌신한다. 즉 자녀의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서 우리의 아빠와 엄마는 이렇게 헌신하고 또 헌신한다. 또 아들이 가기 싫어하는 군대를 가능하다면 보내지 않으려 한다.

 

이 어찌 좋은 부모가 아닌가?

그러므로 대통령 후보라도 그의 아들들을 위해서는 군대에 보내기 싫어하는 마음도 이해 할만하다  즉 어쩌면 좋은 아빠이다. 그런 아빠의 행동이나 마음을 너무 가볍게 탓하는 것은 좋지가 않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모두 크던 작던지 간에 그런 일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국가를 위해서 일하려고 한다면 사실 아들이 싫어해도 군대를 보내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그리고 국무총리를 비난하는 것은 그들의 직업이 한 가정의 아빠여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뽑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여전히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좋은 아빠는 될지언정 좋은 대통령은 못된다. 즉 대통령이란 직분은 명예직이요, 남을 위한 직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에게 무언가 보여 주는 연예인도, 유명한 운동선수도 좋은 아빠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결국 가족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나라를 위해 애쓰고 시간을 내야하며 또한 관중을 위해 때로는 웃기 싫어도 웃고 또 울기 싫어도 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다보니 가족을 위한 시간이 적게 마련이다. 어쩌면 남을 위해 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는 종종 외롭고 어떤 면에서는 불쌍하다. 그래서 유명해질수록 그 공허감을 이기기 위하여 마약을 하고 남 앞에 자기의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곱게 화장을 하고 그럴듯한 가면을 만들어 쓴다.

 

이 어찌 불쌍하지 않은가!

그들은 말단사원도 휴식을 취하는 저녁에도 관중 앞에 서야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산과 냇가를 찾는 주말에도 무대와 운동장에서 뛴다. 또한 자신들의 주위를 맴도는 기자들과 경호인들의 눈앞에서조차 자기 방어에 게을리 하면 케네디나 박대통령처럼 암살당하거나 인기 하락의 절벽으로 곤두박질치게 된다. 다이애나 앤 황태자비도 기자들의 시선을 따돌리려고 남자 친구와 영국에서 프랑스 터널을 급히 달리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 의미에서 더럽고 추한 쓰레기만을 만지는 청소부란 직업이 천해 보이긴 해도 세상의 한 부분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나보다는 낫고 담배꽁초를 저렇게 아무렇게나 던지고 지나가는 저 말끔한 신사보다도 더 낫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청소부가 되라는 지론을 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업이 다 의미가 있고 나름 보람이 있으니 자부심을 가지라는 말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버스나 지하철을 운전하며 출퇴근하는 시민의 다리가 되어 주는 우리 운전사들도 보람 있는 직업이다. 


詩云 緡蠻黃鳥 止干丘隅 子曰 於止 知基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

“작은 저 꾀꼬리여 언덕 풀 우거진 한 구석에 잘도 머물러 있구나!”


라는 시에서 공자는 “그 머무는 곳을 알고 머물렀으니 사람으로서 새만 못하구나!” 라고 가르쳤다. 저런 작은 새도 머물 자리를 알고 머무는데 인간은 자기가 머무는 자리가 자기 자리 인줄도 모르고 머문다. 그래서 자신도 망치고 사회도 망치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아빠도 할만한 것이다. 그리고 한 살짜리 핏덩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서 홀로 사는 홀아비가 기저귀를 갈아 끼며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남 보기에는 구차하고 청승스레 보일지라도 또한 할만하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가 한 어린 생명을 위해 헌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세상에 보람 있는 직업이 대통령직분 하나라면 우리 5000만의 한국인들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엔 좋은 직업이 너무도 많기에 살만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삶의 첫 걸음이다. 허락한다면 남을 위해서 배려하는 일에 더 시간과 사랑을 쓸 일이다. 그렇다면 이 삼천리금수강산은 더 더욱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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