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는 아이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아빠가 박사 논문으로 또 직장으로 바삐 다니면서 장을 보고 살림도 하다보니 우리 사이에 대화는 평범한 가정생활의 대화 보다는 오히려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가곤 한다.
녀석이 수학숙제를 한 시간이 넘게 앉아 끙끙거리고 하는 것을 보면
“영민아, 박사 논문 쓰고 있니? 뭐 그렇게 낑낑거리나?”
라고 농담하면 녀석 역시
“야(Ja), 이건 아빠 박사 논문 보다 더 어려워”
하곤 대답한다.
오후에 한국에서 온 그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가 ‘개그콘체르트’라는 프로그램을 보자 그의 친구들이
“우리 엄마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한단다.”
라고 하자.
“너의 가족 참 슬프다 (Deine Familie ist ganz traurig)”
라고 안됐다는 듯이 위로한다.
모르겠다.
친구들이 그가 한 한국말의 의도를 잘 알아들었는지...
그가 한국말만 서툰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가 모두 낯선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관악산을 오르며 인근에 주민들이 심어 논 텃밭에 파나 콩이 심은 것이 보이기에 녀석에게 자연교육을 시킨답시고
“영민아, 이게 콩이고, 이게 파야.”
제가 먹기 싫어하는 파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긴장한 듯이 그 파를 자세히 기웃거리며 살피더니
“아빠, 김치에 든 파 말이야?”
“그래, 네가 늘 골라내고 먹는 파다.”
그러자 녀석이 대뜸,
“아빠, 그런데 김치는 어디 있어?”
“김치?”
기가차서 또 웃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김치가 밭에서 나는 줄 알았나 보다.
하기야
“엄마가 뭐야?”
라고 묻지 않는 게 다행이다.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대답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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