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나의 이야기

문화의 충돌

alps 2011. 1. 22. 10:08

 

엄마가 없는 아이는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

아빠가 박사 논문으로 또 직장으로 바삐 다니면서 장을 보고 살림도 하다보니 우리 사이에 대화는 평범한 가정생활의 대화 보다는 오히려 수준 높은 대화가 오가곤 한다.

녀석이 수학숙제를 한 시간이 넘게 앉아 끙끙거리고 하는 것을 보면

“영민아, 박사 논문 쓰고 있니? 뭐 그렇게 낑낑거리나?”

라고 농담하면 녀석 역시

“야(Ja), 이건 아빠 박사 논문 보다 더 어려워”

하곤 대답한다.

오후에 한국에서 온 그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또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가 ‘개그콘체르트’라는 프로그램을 보자 그의 친구들이

“우리 엄마는 그런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한단다.”

라고 하자.

“너의 가족 참 슬프다 (Deine Familie ist ganz traurig)”

라고 안됐다는 듯이 위로한다.

모르겠다.

친구들이 그가 한 한국말의 의도를 잘 알아들었는지...

그가 한국말만 서툰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가 모두 낯선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관악산을 오르며 인근에 주민들이 심어 논 텃밭에 파나 콩이 심은 것이 보이기에 녀석에게 자연교육을 시킨답시고

“영민아, 이게 콩이고, 이게 파야.”

제가 먹기 싫어하는 파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긴장한 듯이 그 파를 자세히 기웃거리며 살피더니

“아빠, 김치에 든 파 말이야?”

“그래, 네가 늘 골라내고 먹는 파다.”

그러자 녀석이 대뜸,

“아빠, 그런데 김치는 어디 있어?”

“김치?”

기가차서 또 웃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김치가 밭에서 나는 줄 알았나 보다.

하기야

“엄마가 뭐야?”

라고 묻지 않는 게 다행이다.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대답이었기에...

'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제파악  (0) 2011.02.15
참 사랑은  (0) 2011.02.09
향수  (0) 2011.01.21
부질없는 짓?   (0) 2011.01.12
남을 배려하기에는 너무도 바쁜 세상   (0) 201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