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39

아버지의 구두

아버지의 구두45년 전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저희 아버지는 도매 관련해서 큰 사업을 하셨습니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어린 나이였음에도알게 되었습니다.이유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웃음이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입니다.가족끼리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나퇴근하고 집에 오신 이후에도아버지는 계속 심각한 얼굴을 하고계셨습니다.어느 날 흙이 묻어 있는 아버지의 구두를발견하고는 화장실에서 아버지의 구두를 물에 담가솔로 깨끗하게 닦아 드렸습니다.어머니가 제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줬을 때아주 기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아버지도 내가 구두를 이렇게 닦아 드리면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몹시 당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밤이 되면 마를 줄 알았던 구두가다음날까지 ..

Ἀπολογία Σωκράτους(아폴로기아 소크라투스)

Ἀπολογία Σωκράτους(아폴로기아 소크라투스)는 라틴어로 Apologia Socratis  (아포로기아 소크라티스)로 영어로는 The Apology of Socrates, by the philosopher Plato (429–347 BC)들로 번역되어지고 한국어로는 천병희·박종현·오유석 번역본은 '변론'을, 강철웅·박문재 번역본에서는 '변명'을 채택하고 있다.한문의 "변명" 이란 "논해서 명확하게 밝힌다."  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상에서 보통 '사실를 왜곡하여 말한다" 라는 부정적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므으로 "변론"이라는 의마가 더 좋아보인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 Άπολογία Σωκράτους"은 플라톤의 저작 가운데 대화록이 아닌 유일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제는 이미 제목이 예시하듯이 ..

나는 무명의 독립 유공자 후손입니다

나는 무명의 독립 유공자 후손입니다매년 광복절이 되면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습니다.바로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운독립 유공자들의 이름입니다.도시락 폭탄의 윤봉길 의사부터,독립운동의 상징 유관순 열사,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까지...그러나, 그들과 함께 나라의 독립을 위해목숨 바쳐 싸웠음에도 불구하고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름들이너무나 많습니다.따뜻한 하루는 광복절 79주년을 맞아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무명의 독립 유공자 후손 돕기' 캠페인을진행합니다.곽중선 선생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비밀결사 단체였던 병인의용대에 가입하여일본총영사관에 두 차례 폭탄을 투척했고,적 기관시설을 파괴하는 일뿐 아니라친일 세력을 제거하는 행동 대원으로서의임무 역시 앞장섰습니다.또한 대한민국..

길냥이와 교감

길냥이와 교감아침마다 우리 부부는 한 노부부를 마주칩니다.그들은 예쁜 사발에 고양이 밥을 담아배고픈 '길냥이'들을 먹입니다.혹여 동네에 길냥이 천국이 되진 않을까살짝 걱정됐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딱 3마리뿐입니다.제 아내는 본래 고양이를 싫어했습니다.눈이 무섭게 생겼고 괜히 발톱으로 할퀼지도 모른다는이유로 싫어했습니다.그런데 길냥이는 그 노부부가 조용히 부르면어디선가 달려와 '야옹∼'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게아내는 신기했나 봅니다.어느 날 아내도 길냥이들을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였습니다.아내가 더 친근하게 불렀더니 이번에는온갖 아양을 떨기 시작했습니다.머리를 연신 비비기도 하고,벌러덩 누워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도 부립니다.의심 많은 저는 그 녀석이 밥 주는..

거울에 비친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

거울에 비친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하던 연인과슬픈 이별을 한 주인공이 말합니다.'마음이 너무 아파. 이제 다시는 누구도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며 넋두리하는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이처럼 사랑이 너무 아프다고,더 이상 사랑을 않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하지만 그 당연한 사랑을 부정하는 사람은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자기 관념과 욕망의 그림자를사랑하는 사람입니다.철학 박사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은자신의 저서 '우리는 사랑일까'에서이러한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도출하는 것을 뜻한다."거울에 비친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사랑의 허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

의상능선

10년전에 의상능선은 지금처럼 계단도 없는 바위들을 네발로 기어오르는 제법 힘든 코스였었다. 하지만 오늘은 국녕사에서 오르는 터라 별 무리 없이 국녕사에 도착하니 의상봉을 뒤로 한 절터가 운치가 있어 멋지다 스님들이 가꾸는 꽃들속에 정성들이 묻어나고 ㅎㅎ식물도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나보다 작은 연못에는 개구리들도 한두마리 보이고 ㅎㅎ애는 때 이르게 피어 친구가 없나보다 ㅎㅎ의상봉에서 용출봉을 건너다 보니 도도하게 뽀족하다 ㅎㅎ멀리 비봉능선이 보이고 향로봉과 비봉, 사모바위가 눈에 들어오나 보는 방향이 다르니 사모바위가 네모처럼 아니 보인다 벌써 용출봉이고 ~~가야할 용혈봉과 중취봉 그리고 나월봉과 나한봉이 그 뒤에 연한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려 와서 ..

바닷가재의 탈피

바닷가재의 탈피바닷가재는 성장 과정에서 몸이 커지면 껍질을 벗습니다.이때 껍질을 벗지 않으면 단단한 껍질 속에갇혀 일찍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특히 바닷가재는 5년간의 성장기를 보내는 동안무려 25번의 탈피 과정을 거치고 성채가 된 후에도1년에 한 번씩 껍질을 벗습니다.속살을 보호해 주던 단단한 옛 껍질을스스로 벗어 버리고 커다란 새 껍질을 뒤집어써야 하는데이 과정은 사실 끔찍하고 쓰라린 과정입니다.낡고 단단한 외피가 압력을 받아 쪼개지면,바닷가재는 근육을 꼼지락거려 벌어진각질 사이를 빠져나옵니다.이때 불과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바닷가재는 외부 환경에 외피 없이 무방비로노출된 채 지내야 합니다.이러한 탈피의 과정을 통해서바닷가재는 길게는 100년 이상 살 수도있다고 합니다.그러니깐 바닷가재의 장수 비결은..

새로움의 시작

새로움의 시작태아는 엄마의 배 속에서 인생에서 가장평온한 시간을 보내면서 춥지도, 뜨겁지도 않은알맞은 온도에서 포근히 떠 있습니다.게다가 먹을 것도 걱정 없습니다.엄마의 탯줄을 통하여 알맞게 영양분을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태아는 그곳에서 오래오래 살기를 원할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자연의 순리는 그렇지 않습니다.열 달이 채워지고 태아는 밖으로나가야 합니다.드디어 그 시간이 찾아오면태아와 엄마는 죽을 각오를 하고 온 힘을 다해세상에 나오게 됩니다.태아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지나가는 길을 '산도'라고 합니다.산도는 아기가 폐호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산도를 통해 태아가 나오면서 좁은 공간에서 해방되어태아의 폐는 크게 부풀게 되고, 코나 입을 통해갑자기 공기가 들어갑니다.처음으로 폐에 공기가 들어..

불규칙 반동

불규칙 반동럭비는 두 팀이 일정한 시간 안에타원형 공을 상대방 진지의 문에 가져감으로써득점을 겨루는 구기종목 중 하나입니다.예전 럭비공은 돼지 방광에 가죽 네 조각을 덧씌운 뒤꿰매어 만들어 사용하다가 이후 고무공으로 대체됐고럭비풋볼유니온(RFU)은 1892년,타원형의 공을 공식 럭비공으로 규정했습니다.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처럼 점점 길쭉한럭비공에 이르렀습니다.모양이 길쭉하다 보니 럭비공은원형의 공보다 훨씬 더 불규칙하게 반동합니다.이것이 바로 럭비의 매력입니다.럭비공이 다른 형태의 공처럼 둥글거나온전하고 규칙성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면럭비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역동성과 반전의 묘미를느끼지 못했을지 모릅니다.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때로는 럭비공처럼 어찌 될지 알지 못하는그 상황을 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