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산 사랑

겨울의 장성 축령산

alps 2022. 12. 19. 07:32

원래 무등산을 가려고 출발했으나 정안 휴게소를 지나는데 앞이 안보이도록 퍼붓는 눈이 걱정돼 국립공원에 전화하니 전면통제라고 오지 말랜다. 

그래서 방향을 돌린 장성 축령산이다. 계방산이나 덕유산도 가자 했으나 덕유산 곤도라는 티켓 예약제라 아무때나 갈수 있는 곳도 아니고 계방산을 다시 올라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결국은 광주 가까운 장성 축령산을 가기로 결정하고 추암주차장에 도착하니 눈이 발목에 차인다 

추암마을 들머리에는 앞에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욱이 적으니 오늘 럭셀은 기본일테고 ㅎㅎ

여전히 눈발이 날리는 음침한 날씨에 오른쪽 버스 정류장이 을씨년스럽다  

임도에서 정상은 600미터지만 눈으로 덮혀 미끄러워 제법 힘들다 ㅎㅎ

옛날에는 조그마한 인증석이더니 몇년사이에 무얼 드신것인지 부쩍 자라서(?) 나보다 크다 ㅎㅎ 

그 앞의 정각은 늘 산객으로 가득 찼으나 오늘은 한적하다 

오르는 계단에 눈이 쌓여 오르기도 쉽지 않아서리라 

그럼에도 한 분이 올라가서 배낭을 정리하신다 

우리는 이 곁을 지나 영화마을 방향으로 능선을 타기로 ~~

하지만 눈으로 덮혀 길이 안보인다 

축령산 안내판도 눈으로 가려 뭐라 씌였는지 보이지도 않고 ㅎㅎ

내리막에 눈이 바람에 쌓여 무릎을 넘는다 ㅎㅎ

새벽에 나오면서 일기 예보를 안 본 탓에 전날에 오후에 온다는 소식만 믿고 스패츠를 내려 놓고 온 벌을 톡톡히 받는다.

눈이 발목을 넘치니 신발에 눈이 들어가서 벌써 양말이 젖는다 ㅠㅠ

저긴 무릅이 아니라 허리에 눈이 차고 ㅎㅎ

뒤따르는 대원들을 생각해서 럭셀을 해야하니 양말은 더더욱 젖어 가지만 

날이 개서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니 기분은 업된다 ㅎㅎ

여름산이라 겨울에 축령산을 찾아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까지 쌓인 눈으로 나뭇가지는 힘겹다 ㅎㅎ

우리는 즐겁게 환호하고 있지만 ㅎㅎ

그렇게 퍼붓던 눈은 어딜 갔는지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다 

어휴 저 눈속을 헤치고 가야한다 ㅎㅎ

나무끝 눈 꽃송이가 목련송이같다 

하얀 목련 꽃송이들이 ~~

아마 낙엽위에 쌓인 눈이 그렇게 보인 것이겠지만 

목련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이 아니라서 뒤따르는 회님들도 담기에 여념이 없으시다 ㅎㅎ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비다 

덕분에 젖어가는 양말을 잊어버리게 되고 ㅋㅋ

내일도 폭설 예보가 있으니 저 위에 눈이 더 쌓일텐데 ~~

이 겨울에 산악회가 여길 오질 않으니 저 멋진 모습을 담아가기에는 오늘이 적기인듯 ~~

목련아 담에 또 보자아! ~~

저길 뚫고 가야한다 

이젠 모자도 옷도 배낭도 모두 눈으로 뒤덥혀 눈사람이 되고 있디 ㅎㅎ

드디어 임도에 도착했다

아직 2~3 킬로 이 임도를 걸어야 추암주차장이다 

편백나무들이 눈 속에도 신선한 향기가 가슴까지 스며든다 

여름에 왔을땐 차지 할수 없던 정각 쉼터가 오늘은 모두 비어 있다 ㅎㅎ

그래서 사람들때문에 담기가 불편했는데 이렇게 조용한 쉼터를 담을 수 있는 것도 겨울 산행의 행운이다 ㅎㅎ

여름엔 저런 길에서도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럭셀이 싫어선지 오늘은 무척 한가하시고 ㅎㅎ

꽤나 키 큰 편백나뭇 가지에도 눈은 쌓여져 가고 ~~

성탄절을 맞이하는 침엽수들이 겨울에 인기가 있는 것은 그 푸른 잎에 눈이 대조가 되어서이리라 

유럽 알프스와 종류가 달라 눈을 쌓아 두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비교는 되지만 ㅎㅎ

그 아래를 산책하는 우리에겐 너무 신선하고 상큼하다 

함산하신 두 분이 다정하게 앞서 가신다 ㅎㅎ

사진 담느라 내가 처지는 덕분에 두분이 오붓하게 산책을 즐기신다 ㅎㅎ

저렇게 나이가 드셔셔도 두분이 같이 산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복이다. 보통은 한편이 안좋아서 혼자서들 오시기 때문이다 

여기는 제법 독일 남부의 검은 숲(Schwarzwald)을 닮았으려나? ㅎㅎ

편백나무 사이로 붉은 해가 숨바꼭질 하고 있다 ㅎㅎ

여기가 하늘 숲길 이던가? 

저 안쪽에도 우리 회님들 여섯분이 쉬고 계시단다. 오늘 후미 마지막 팀인 셈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추암마을이다 

거기서 저 회님들과 생두부를 안주로 하산주를 마시고 무등산대신 찾아 온 축령산 산행을 마무리 진다

곧 눈이 다시  퍼붓기 시작할꺼라며 주모가 대원들 데리고 빨리 서울로 올라가라고 식당에서 내쫏으신다 ㅎㅎ

'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 > 산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암 촛대바위 일출  (0) 2023.01.02
방장산의 폭설  (0) 2022.12.25
금오산  (0) 2022.12.19
나뭇잎 사이로  (0) 2022.11.10
소요산의 가을  (0) 202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