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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폭락세, 80kg에 9만원?.. 풍년이 뭔죄, 문제는 수급조절

alps 2016. 9. 13. 20:19

[경향신문] “전라도에서는 80㎏당 9만원짜리 쌀도 나왔다는 얘기가 들려요. 그만큼 분위기가 안좋습니다.”

천안에서 16년째 쌀 농사를 짓고 있는 오정균씨(46)의 목소리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추석을 앞둔 가을 들녘은 황금빛으로 익어가지만, 농심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누렇게 타들어가고 있다. 오씨는 “원래 추석을 앞두고는 햅쌀에 대한 수요가 있어서 쌀값이 조금 올라야 하는데 좀체 오를 기미가 안보인다”며 “올해도 농사가 잘 된 것은 맞지만 ‘10년만의 대풍’이라던 지난해보다도 가격이 더 떨어진 것은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수확을 앞두고 쌀값 하락이 심상치 않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현재 쌀 상품 20㎏ 도매가는 3만4000원이다. 일주일(3만4400원)사이 400원(1.2%)더 내렸다. 1개월 전(3만6000원)과 비교하면 5.6%나 떨어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3만9800원)와 비교하면 무려 14.6%(5800원)가 떨어졌다. 지난해는 10a당 525㎏이 생산돼 ‘10년만의 대풍’이었다. 지난 5년중 최고값과 최소값을 제외한 3년 평균가격인 평년가격(4만1400원)에 비하면 무려 17.9%(7400원)이 하락했다. 이런 식이라면 ‘성수기’인 추석이 지나면 쌀값은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올해도 풍년은 맞지만, 그렇다고 쌀값 하락을 ‘풍년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농지는 무려 2만㏊가 감소했다. 전체 농지의 2.5%가 사라진 것이다. 수확량 기준으로 보자면 10만t가량이 적게 생산된다. 수확량 자체로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가격은 폭락세다. 농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올해 쌀값 폭락은 쌀재고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탓에 빚어진 ‘예고된 참사’다. 쌀값은 2013년 7월이 정점이었다. 80㎏에 17만원이 넘었다. 조금씩 떨어지던 쌀값은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39만t이던 정부재고는 올 7월말 175만t으로 26%(36만t) 증가했다. 올 하반기 수매가 끝나면 21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의 3배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쌀이 남아도는 가장 큰 원인은 매년 40만9000t씩 수입하는 의무수입물량이다. 국내 유통 뒤 남는 재고 30만t을 더하면 매년 70만t가량의 쌀이 남아돈다. 이를 소비할 마땅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남는 쌀을 국내시장에서 완전히 빼낼 것을 요구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화답하지 못하고 있다. 얽힌 관계법령이 많은데다 타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쌀의 대북지원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꽉 막혔다. 해외원조는 운송비와 가공비 부담이 문제다. 밥상용쌀을 사료용이나 가공용, 주정용으로 일부 전환했지만 소비량은 많지 않다. 올해 처음으로 사료용쌀을 공급했지만 2만t을 소비하는데 그쳤고, 공장 가공용 쌀도 10만t 공급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벼수확전 총채벼(자르기전의 벼)를 사료용으로 공급하자는 제안도 제자리 걸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쌀값하락은 쌀 수확이후에 가격이 더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해외원조, 총채벼의 사료용 전환 등은 검토중”고 말했다.

장경호 농업농촌연구소 녀름 소장은 “풍년을 쌀값폭락 탓으로 돌리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수급조절에 실패하면서 농정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 문제”라며 “복지시설에 급식용쌀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재고해소를 위한 과감한 대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