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산 사랑

국망봉을 내려오며

alps 2013. 1. 9. 10:52

 

      행복의 조건 행복이란 생각나름이다. 행복의 눈높이가 높으면 평생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가벼운 기쁨도 작은 만족이라도 행복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사실 행복이란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그런 행복을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면 바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산을 오는 사람이 물을 깜빡 잊고 왔다면 낭패다 더구나 여름엔 더더욱 물없이 산을 오른 것은 조심해야 할 일이지만 산행을 어쩌다 하는 사람들이 종종 그런 일을 당한다. 경기도 백운산에 국망봉 종주를 할때였다. 마지막 봉우리인 국망봉을 오르다 대학생 대여섯 명을 만났다. 겉보기에 물 한병 겨우 챙겨오고 더구나 운동화 차림이어서 늘 그렇듯이 난 “군것질이나 하게 삶은 밤이라도 줄까?” 햇더니 남학생들이 얼른 “괜찮습니다” 라고 점잖게 거절하는데 여학생들은 그나마 말한마디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간다. 서로 길이 다른 관계로 난 길을 돌아 천천히 내려 와 계곡에서 수건을 씻고 계곡에서 나오다 우연히 그 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아주 지친 모습이었다. 그래서 “오늘 등산 어땠습니까?” 했더니 이번엔 여학생들이 얼른 “죽을 맛이예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래도 그렇게 운동화로 신고도 다치지 않게 잘 내려온 걸 감사해야 하지요. 길도 경사도 제법 진 1000고지를 ... 그래 먹기는 제대로 했습니까?” 햇더니 다른 여학생이 얼른 “물 있음 좀 주실래요?” 너무 목이 말라 계곡 물로 목은 축였다기에 아직 물이 많이 남은 물병을 건넸더니 학생들이 돌아가며 다 마시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어쩌지요 우리가 물을 다 마셔 버려서....” "아니 원래 내가 물을 적게 마시는 사람인데다 이제 등산도 마쳐가니 괜찮다고 부담 갖지 않아도 됩니다.“ 그랫더니 아까와는 달리 친한 이웃 처럼 묻지 않는 설명도 한다. 서울 K대 학생들로 교수님이 1000 고지 이상 등산을 과제로 주셔서
      내키지 않은 등산을 왔는데 그런대로 처음엔 좋았지만 오르다가 마실 물이 금방 동나서 여간 고생한 것이 아니었다며 다시금 고마워한다. 캠퍼스에서 밥 한그릇을 사주어도 사양하면서 별로 고마움을 못느끼는 학생들이다. 그것은 이제 이 사회가 살만하기 때문이다. 배부른 사람에게 어떤 음식도 반갑지 않은 법이다. 이젠 먹는 것으로 기쁨을 주기 어려운 것은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배고픈 사람은 쌀밥이든 보리밥이든 주는 사람이 너무 고마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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