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산 사랑

흐린 날의 운탄고도

alps 2023. 1. 9. 06:41

겨울의 운탄고도를 찾았다. 여름에 데이지 꽃이 만발하던 시기와는 반대의 계절인 탓에 하얀 눈으로 뒤덮힌 날머리 하이원 팰리스호텔의 전경이다  

들머리는 오늘따라 엄청난 인파가 들이닥친 만항재는 수십대의 버스가 얽혀 더 갈 수도 유턴도 못하는 아수라장이고 ~~

방문객들은 만항재 인증석을 담기에 정신들이 없으시고 버스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한채 길가에 뿌려져 있고 ㅎㅎ

우리는 함백산 소공원을 지나가며 운탄고도의 눈길을 시작한다 

야생화 공원 내려가는 길은 무릅이 넘는 눈 길이고 ㅎㅎ

공원 안은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눈이 허벅지를 이른다 ㅎㅎ

그래서 여름엔 가득하던 공원에 지금은 인적이 없다 ㅎ

드디어 운탄고도 길은 시작되고 방문객들은 멋진 편백나무 가로수길을 담기에 여념들이 없으시고 ㅎ

흐리지만 않았다면 아주 멋졌을 운탄고도 눈 길이 못내 아쉽다 ㅠㅠ

썰매를 끌고 가는 아이가 좀 안됐다. 

경사가 있더라도 사람들이 많아서 편안히 썰매타기 쉽지 않은 날이라 ㅎㅎ

길도 잘 보이지 않지만 우린 혜선사 방향으로 가야 한다 

벌써 1.8 킬로 혜선사를 지나왔고 저 차단기가 내려진 곳으로 진행하는 것이 운탄고도 길이다 

벌써 눈 위에 앉아 또는 컵라면을 들고 다니는 산객들이 많아지지만 

눈꽃 여행 온 큰 무리가 여기까지도 못오고 돌아가선지 금시 몇몇 산악회만 남은 호젓한 길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은 편하지만 길을 벗어나면 눈 속에 빠지기에 그저 길 따라 가야한다 ㅎㅎ

저기가 하이원 cc 골프장 2번 홀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골프를 안치는 시즌에도 불구하고 여름처럼 출입금지와 차단기가 내려져 있고 ㅎㅎ

또 다시 나타난 하이원 팰리스 호텔 탈출구인데 여기로 하산하는게 사실 제일 짧고 쉬운 1번 홀이다 

함산한 대원들에게 의사를 물어보이 찬반이 반반이지만 아직 시간이 많아 우리는 모두 마운틴 방향으로 좀 더 진행하기로 ~~

길을 벗어나면 이 정도로 눈에 빠진다는 것을 실험하는 중 ㅋㅋ

이왕 버린 김에 주저 앉으시고 ㅎㅎ

조그만 벗어나도 도대체 길이 보이지를 않는다 ~~

하지만 우리는 착하게 운탄고도를 벗어나지 않고 임도에 머물면서 바라다 본 앞으로 가야할 길이다 

너무 걷기 좋은 길이지만 인적이 뚝 끊기니 함산한 대여섯분들이 무섭단다 

하기야 이렇게 외딴 고산의 길을 혼자 가기란 도시 사람들에겐 쉽지 않을 적막함이다 

여름을 가꾸는 야생화 화단이 눈속에서 내년을 꿈꾸고 있을 테고 ~~

아직도 우리는 1~2 킬로 저런 조용한 운탄고도 길을 걸어가야 한다 

70년대 이 길은 검은 연탄 길 이었다 

앉을 데도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연탄먼지로 뒤덮혔던 이 운탄고도의 애환이 오늘 같은 흐린 날씨가 어울리는 지도 모르겠다. 

조카가 탄광에 일하겠다고해서 한번 찾아왔던 70년대 초에 이 길은 오가는 연탄 실은 트럭으로 지금 같은 낭만은 꿈도 못꿀 정말 거무튀튀한 탄광지대였다. 조카도 지하에서 캐야하는 탄광 일이 격해선지 적응을 못하고 한 두달만에 나오긴 했지만 ~~

그때의 애환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거의 대부분 돌아가셨겠지? 

우리는 세번째 팰리스 호텔 이정표를 따라 하산 할 예정이다 

백운산 마천봉 길은 상당한 거리를 러셀이 필요해서 참기로 하고 ~~ 

날씨가 좋았으면 멋진 호텔의 전경이 오늘은 음울하다 ㅎㅎ

스키장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손울 흔든다 ㅎㅎ

원래 이 길로 내려가야 단코스인데 사람들이 길을 몰라 다시 두번째 이정표로 내렸들 갔나보다 

내려간 발자욱이 너무 적은 걸 보니 ㅎㅎ

왼쪽에 두 대의 케이블카가 부딫칠 듯 가깝게 마주하고 위로는 헬기 소리가 들리는데 보이지는 않는다 ㅎㅎ

우리는 벤치에 걸터 앉아 싸 온 도시락을 먹으며 열심히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감상하고 

저 케이블카에선 스키를 타기 위해 올라가는 스키어들이 우리를 내려다 보며 뭐라 할까?

타고 내려가기에는 벨리 탑이나 마운틴 탑이 너무 멀어서 여기서는 이렇게 걸어내려가는 게 제일 빠르다 ㅋㅋ

그렇잖아도 케이블카를 타고 싶다는 두 부부에게 레셀하면서 한 4~50분 걸어 올라가야 한다니까 포기 하신단다 ㅎㅎ

우리가 하산하는 무렵에야 하늘이 좀 벗겨진다. 

왠 심슬은 ㅎㅎ

그렇지 않다면 저 구름에 가린 산봉우리가 알프스 마냥 멋있을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한 두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듯해서 아쉬움을 접고 내려와서 호텔 카페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마감 전에 다들 도착하신 회님들과 정각 네시에 호텔을 떠나 귀경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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