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05.03 16:00
‘만년 꼴찌 후보’로 꼽히던 레스터 시티가 창단 132년 만에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로 꼽히는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영국 중부 인구 30만의 소도시를 레스터를 연고로 한 ‘흙수저’ 클럽의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에 전 세계 축구팬이 흥분하고 있다.
레스터 시티는 2일(현지시각) 경기가 없었지만, 리그 2위인 토트넘이 첼시와 2대2로 비기면서 올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레스터 시티는 EPL로 이름을 바꾼 1992년 이후 우승컵을 차지한 6번째 팀이 됐다. EPL은 1995년 블랙번의 깜짝 우승을 제외하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 대형 구단의 독무대였다.
◇EPL 대표 ‘흙수저’ 구단… 선수단 총 연봉 첼시의 20%
레스터 시티는 주전 11명 몸값이 슈퍼스타 한 명의 몸값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레스터 시티가 올 시즌 주전 라인업 11명을 데려오는 데 쓴 이적료는 약 420억원으로 토트넘이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해 독일 레버쿠젠에 지급한 이적료(400억원)와 비슷하다. 스페인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적료(1300억원)와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선수단 전체 연봉은 8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연봉으로 4000억원을 지급하는 ‘부자 구단’ 첼시의 5분의 1 정도다.
지난 7월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이 레스터 시티 사령탑에 선임되자 ‘우승과 거리가 먼 감독’을 데려왔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나폴리, 첼시, 인터밀란 등을 지휘하면서 한 번도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 없지만, 활동량·조직력 앞세운 ‘역습 축구’ 완성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은 아버지 같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단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리그 첫 경기에서 레스터 시티 출신의 록밴드 ‘카사비안’의 노래를 들려주고, 무실점 경기 후엔 직접 피자를 쏘며 사기를 북돋았다.
전반기를 2위로 마감하자 레스터 시티 선수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라니에리 감독은 언론에 공개적으로 “다른 팀이 수영장을 갖춘 빌라에 산다면, 우리는 지하실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그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지만 당당히 맞서겠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또 슈퍼스타가 없는 팀의 특성에 맞춰 선수들에게 짜임새 있게 수비를 하다가 적극적으로 공을 빼앗아 역습하는 전술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이런 팀 컬러는 각종 데이터에서 잘 드러난다. 레스터 시티는 올 시즌 태클 시도(경기당 33.7회)와 인터셉트(21.5회)에서 리그 1위다. 상대 패스를 막은 횟수(10.9회)도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았고 열심히 수비했다는 뜻이다.
2009년 8부 리그에서 주급 5만원을 받으며 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제이미 바디(29)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레스터 시티의 ‘역습 축구’의 주축이 됐다. 그는 이번 리그에서 22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올랐다.
알제리계 이민자 2세로 빈민가에서 축구를 시작했던 미드필더 라야드 마레즈(25)는 이번 시즌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혔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동화” 등 찬사 쏟아져
한편 레스터 시티의 우승에 해외 언론과 유명인사의 극찬도 쏟아지고 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레스터 시티가 5000분의 1의 우승확률을 뚫고 스포츠의 가장 위대한 동화를 완성했다” 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레스터 구단에 무한한 축하를 보낸다. 불세출의 사건이지만 우승 자격을 갖춘 팀에 타이틀이 돌아간 것”이라고 썼다.
전 레스터 시티 미드필드 로비 세비지는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영국 방송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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