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에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두 주 전에 왔을땐 월정사 부근이나 단풍이 보이던 곳이 지금은 곳곳이 단풍이다
서서히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월정사 단풍은 오늘 비소식에 좀 한가해 보이지만 ~~
상원사를 오르는 길에도 단풍은 같은 색깔로 유혹하고 있다
사자암을 오르는 양 옆길도 가을을 알리느라 바쁘시고
난 그것을 담기에 바쁘고 ~~
올 여름이 유난히 길어 가을이 짧다니 얼른 담아가야 그나마 나중에 가을을 되돌려 볼 수 있겠지?
선조의 산이 오대산이라 벌초 땜시 일년에 한번은 와야 하는 곳인데 산행으로 대 여섯번씩은 추가로 찾아 오다보니 곳곳이 추억덩어리다
아주 오래 전에 순디와 오르던 이 길은 적멸보궁 가는 길인데 ~~
우선은 가파른 이 사자암 곁의 돌 계단을 올라야 하고 ㅎㅎ
두 주 전 이 길은 무척 덥기만 했었는데 ㅎㅎ
지금은 서늘한 바람에 걷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춥단다.
그래서 단풍도 순식간에 들었나 보다
두 주 전엔 그저 녹색 가득한 산야가 불과 열흘 사이에 깊은 가을을 말해 주다니 ㅎㅎ
적어도 세 주는 기다려야 하는 만추를 볼 것이라 기대했는데 ~~
적멸보궁 오르는 길가에 매달은 등 색깔 만큼이나 울긋불긋하다
다음 주에 오면 대부분 이별을 고하며 흩어질 낙엽들이 오늘은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지키고 있다
스님들이 쓸지 않았으면 길이 낙옆에 묻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비로봉 오르는 가파른 계단 길 옆엔 때 늦은 진달래가 ?
"너희들 너무 늦은 거야?
아님 넘 일찍 온거야?"
스님들의 빗자루가 닿지 않은 비로봉 오르막엔 이렇게 낙옆으로 길을 뒤덮고 ㅎ
난 오름 길에서도 연신 올해를 마감하는 끝자락 단풍들을 쓰러담고 있다
다음 주엔 가야산을 가야해서 오대산 단풍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낙옆으로 길이 안 보인다 ㅎㅎ
덕분엔 가파른 계단이 힘들지가 않구나
따르는 일행들이 숨가쁘다고 못 따라 오겠단다 ㅎㅎ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상왕봉 코스를 가야 하니 늑장을 부릴 수도 없고 ㅎㅎ
등산로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수놓아 밟기가 미안 스럽다.
"그런데 어쩌니 니들이 가야 할 곳에 드러누워 있으니 ~~"
니들을 밟지 않으려면 계단 끝으로만 빗겨 올라가야하는데 내 재주엔 쉽지 않고 ㅋ~~
비로봉 정상은 예상했던대로 곰탕이다
"현금은 없고
카드 결재는 안된다고 하니 오늘도 쫄쫄 굶고 상왕봉으로 가야 하는거냐?"
할 수 없지
고픈대로 2.3 킬로 상왕봉으로 갈 수 밖에 ~~
아!
도대산 종주 능선엔 가을이 지나 앙상한 가지들로 초겨울에 닥아서 있고 ~~
나 땜에 재가 아프단다
'글쎄
난 아무짓도 한게 없는데?'
이제 상욍봉이다
예전엔 작은 돌이었는데 몇년 사이에 부쩍 컸다(?) ㅋㅋ
나뭇가지에 단풍닢들은 가을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듯 바닥을 따스히 데우고 ~~
"아쉽지만 내년에 다시 보자!"
북대사를 내려오니 고도가 낫다고 다시 단풍들이 보이고 ~~
건너편 동대산 백두대간 길이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미안타 오늘은 그곳으로 갈 시간이 없어서 ~~"
상원사로 내려가는 임도는 아직 가을이 남아서 마지막을 즐기고 계시고 ~~
나뭇닢들 사이로 상원사가 한가롭다
하지만 아직 30분은 가야 할껄 ~~
상원사 주차장 부근에도 단풍은 절정을 알리는데
우리는 선재길은 갈 여유가 없어 여기서 바로 서울로 ~~
"살아 있으면 내년에 다시 올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