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세상 이야기/세상 이야기

밥은 먹었니?

alps 2018. 4. 10. 08:15
밥은 먹었니?




평생 쌀농사만 짓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지켰던 오빠가 지금도
쌀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희 가족은 매년 추수가 끝나면 윤기 흐르는
햅쌀을 받아서 잘 먹고 있습니다.

분명 오빠가 보내준 쌀이건만 그 쌀부대를 보면
저는 언제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밥은 먹었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어찌어찌 살아보겠다는
막내딸이 눈에 밟히셨는지,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어머니는
제가 밥을 먹었는지부터 항상 물어보셨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는지는
두 명의 아이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배곯고 다니지는 않지?
어디 아픈 데는 없어?
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고?
사랑한다.'

그리고 저 또한 아이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습니다.
오늘따라 사랑한다는 말을 밥 먹었냐는 말로
대신하던 어머니가 정말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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