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룡~주작~두륜산
산을 타다보면 자기가 좋아 하는 산과 싫어하는 산이 생긴다.
유럽의 알프스가 멋져서 대부분은 알프스의 최고봉 융풀라우나 몽불랑을 호평하고 있지만 내게는 별로였고 오히려 편안히 산핵하기 좋은 오스트리아 키츠뷔헬 같은 2000고지들의 알프스가 좋았었다.
주말에 20대 버스가 출발하는 제법 큰 산악회 인솔을 맡다보니 같은 산을 반복해서 가게 되는데 유난히 자주 가기 싫은 산이 주작 덕룡 두륜 종주 산행이다 ㅎㅎ
사진에 담기에는 멋질지 모르지만 걷기에는 너무 바위가 많은 산이다
더구나 낮이 짧은 겨울에는 칠흑같은 밤에 세시간 이상 험한 바윗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ㅎㅎ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지만 태양은 여전히 아름답게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진다
떠오른 태양에 덕룡의 주능선이 빛에 반사되어 멋진 풍광이 연출된다. 그나마 힘든 여정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ㅎㅎ
여기저기서 사진 좀 담아 달래서 담아주다보니 나도 담아 주겠다고 회님들이 한마디씩 하지만 난 그냥 나보다 멋진 바위산들을 담기에 바쁘다 ㅎㅎ
푸른 잎들이 져버린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빛에 반사되어 단풍처럼 빛난다 ㅋㅋ
바로 이런 나무들인데 ㅎㅎ
넌 지금 핀거니?
지금 12월 4일 겨울이야! 정신 차려!
이런 길도 수없이 걸어야 하는 주작 덕룡! 오늘도 재들을 디디고 예까지 왔다 ㅎㅎ~~
어느새 힘들게 걸어 온 덕룡산 주능선들이 멀어지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걷기 좋은 구간에서 만나는 이정표~~
아직 갈 길이 멀단다.
하긴 거리상 이제 3/1을 지난 지점이다 ㅎㅎ
앞에 앞으로 또 힘겹게 오르내려야 하는 주작산 주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고 그 뒤에 세봉우리들이 두륜산 정상인데 저기까지 차비가 없으니 무조건 걸어야 한다 ㅋㅋ
뒤돌아 보면 저 멀리 덕룡산 능선들은 오히려 쉬워 보인다 ㅎㅎ
저 구름 아래에 능선까지 꽤나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리 먼 곳도 아니다
작천소령으로 내려 갈수록 주작 능선은 더 험해 보이고 ~~
여기서도 대충 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 능선 90퍼센트는 로프 없이는 오르내리기 아주 힘든 암릉이다
암튼 그런 나를 쳐다보는 얘들도 아직 주제파악을 못하고 웃고 있다 ㅎㅎ
"애들아! 지리산엔 그리고 내일 인솔할 백두대간 화란봉 구간엔 눈이 하얗게 쌓인 겨울이란다 ! "
드디어 작천소령이다 ~~
폰이 9시를 알린다
겨우 7킬로 남짓 걸어 오는데 5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아직 회님들 3/2가 도착 못하고 있다.
여기에 11시전에 도착한 회님들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양촌제로 하산시킬 예정이다 11시 넘어 통과하면 마감시간 4시까지 못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실 거리만 따지면 여기서 오소재까지는 5킬로지만 거의 다섯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까다로운 구간이고 다치면 이 구간에서다
두시간을 기다려 후미 회님들을 챙겼더니 결국 세분이 암릉보다는 임도를 결정하셔서 양촌제를 향하는데 ~~
원기를 회복하라고 커다란 벌집(?)이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때이른 동백꽃도 반기고 ㅎㅎ
다시한번 방금 내려온 덕룡산 정상이라는 바위들을 바라보고 다시 7~8 임도를 지겹게 걸어야 한다 ㅎㅎ
드디어 그 긴 종주 길보다 훨씬 긴 임도를 내려와서 다시 올라야 볼 수 있는 이정표다
한 분은 지쳐서 두륜산을 포기하여 다시 오소재 주차장은 가시고 두분과 같이 이제 두륜산 정상 가련봉으로 ~~
여기가 오심재를 지나 200미터 위에 위치한 흔들바위인데 우리가 힘이 약해선지 세 남자가 힘껏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나참 줏대가 있는 놈이다 " ㅎㅎ
노승봉을 오르면서 내려다 보는 남해 해안마을이다
중간에 바위 능선이 우리를 10시간이나 피곤케 했던 덕룡주작 암릉들이고 ㅎㅎ
드디어 노승봉인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그래선지 한사람도 없다 ㅎ
멀리 달마산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가야할 마지막 봉우리 가련봉 능선이 앞에 보이고
등산객 한 두분이 서있는 저 꼭지점이 가련봉이다
몇분 후면 내가 서 있을 곳이다 ㅎㅎ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이 까짓 산이 뭐 힘드냐?'는 듯 혓바닥을 쏘옥 내미는 "혓바닥 바위가(내가 붙인 이름)이 얄밉다 ㅋㅋ
드디어 오늘 주작덕룡 무박 산행의 종착지인 가련봉이다
정상에서 머무시던 산객들이 "바람이 넘 찬데 우야 반팔이이냐?" 고 놀라신다
"이 추운 겨울에 따스한 옷이 없어 반팔로 오르는 나 같은 가련한 사람을 배려한 한국에 유일한 정상이 '가련봉" 입니다" 라고 했더니
"꿈보다 해몽이 좋다"
고 남자분들은 박장대소 하시고
여성 세분이 나보구
"사모님이 무지 좋아하시겠어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씀을 뒤로하고 우리는 하산이다 ㅎㅎ